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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 기타 이슈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센델

by @#$*&! 2020.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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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철학책이 시대별, 동서양별로 구분해서 쫘르륵 늘어놓는다면, 이 책은 공리주의, 자유주의 등으로 이론을 묶어놓은 뒤 여러 가지 윤리적 갈등 사례를 보여준 뒤 이론에 맞춰서 하나하나씩 이론을 설명해나간다. 

서두에서 정의를 바라보는 세 가지 기준으로 행복, 자유, 미덕을 설정한 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한 공리주의를 소개한 다음, 중립적인 정의의 원칙으로서 선험적 자유와 합의를 주장한 자유주의적 접근, 즉 칸트와 롤스의 이론을 소개한다. 이후 정의란 미덕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정의관을 소개하며, 결론부에 이르러서는 저자 스스로의 입장인 공동체주의와 부의 재분배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짓는다. 이 과정에서, 인간을 독립된 주체적, 자발적 개인으로만 보기보다는 크고 작은 이야기에 속한, 일종의 서사적 존재로 이해한 매킨타이어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자연적 의무, 자발적(합의적) 의무와 구별되는 연대 의무라는 개념을 설정하였다.

특히 중립적 원칙과 합의의 영역을 넘어서는 도덕적 의무(곧 연대 의무)가 있음을 들어 존 롤스를 비판한 대목은 이 책에서 매우 유명한 부분이다. 정의 담론이 도덕의 영역을 애써 피하고 중립을 지키려다 보면 오히려 근본주의의 득세를 돕는 꼴이 되며, 정의에 대한 담론을 다룰 때는 도덕을 논하지 않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마이클 샌델이 공동체주의 철학자인 것을 보면 그다지 이상한 모습은 아니긴 하다.]

유명한 책이라고 해서 이 책의 내용에 동의해야 하는것은 아니다. 이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사람은 더이상 사람이 아닌 부속물이 되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책이다. 좋은 말로 애써 포장을 해 놓았지만 저자가 바라는 유토피아를 상상해보면 그것은 국가사회주의이다.

국가가 좋은 삶을 규정하고 국민이 그에 따라 살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센델의 주장은 '국가 완전주의'이자 '국가 사회주의'다.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를 공동으로 논의하고 공동으로 결정하고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결정된 바에 따라야만 하는 사회를 상상해보자. 그런 사회의 구성원은 자신의 삶에 진정성 있는 책임을 느낄 수 없다. 자기 삶의 모든 것은 공동의 결정에 따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센델의 말을 수용할 경우 개인은 사라지고 공동체만 남는다.

그가 주장하는 공리주의가 19세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공리주의를 내세워서 강력한 평등주의를 표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리주의는 선호가 어떤 연유로 생겼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공리주의에서는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개인의 신념과 애착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불리해지면 좋겠다는 선호가 좌절되었을때 느끼는 감정은 자신이 유리해지면 좋겠다는 선호가 좌절되었을때 느끼는 감정과 상실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리주의가 득세할 경우 그사회는 역사가 증명했듯이 하향평준화 되는 사회가 되며 사회주의화 되어 왔다. 

센델은 삶에 대해 의무를 가지고 책임을 지는 개인을 상정하지 않는다. 대신 상정되는것은 우리다. 공동체에 속한 우리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무엇이 좋은 삶인지를 지정하고 그것을 따르도록 강제할 책임이 있다.

우리는 센델이 말하는 공동체의 미덕이라는것을 논의하기 이전에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며 인간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만 한다. 이것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인간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사회 부속품으로써 또는 타인의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인간은 인간성을 상실하게 된다.

인간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개인이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고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두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에 대한 우리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우리는 그 신념들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의 문화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와 사례와 논변에 비추어 그것들을 자유롭게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소유권 "사람은 자기 자신의 주인이다" 라는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하는 원칙이다. 센델은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의 미덕을 증진하기 위해 국가가 시민을 동원할 권한을 가지는 것을 기본 설정 상태로 본다.

공동선의 정치란 모두가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필수적인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센델이 주장하는 공동선의 정치란 윤리 제국주의에 지나지 않으며 센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개인은 자신의 자기 결정권을 완전히 상실하고 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잃어버리고 공동체의 일부분으로 전락하게 된다. 인간은 수단으로서만 존재하게 되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가 된다. 이런 사회가 얼마나 지옥같은 사회인지는 인류의 지난 역사가 증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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