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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를 동결한 독일, 베를린은 지금

by @#$*&! 2020.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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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시당국은 늘어나는 유입 인구로 임대료가 10년 새 배로 뛰자 올해 '임대료 동결'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지난해 4월 임차인들이 높은 임대료에 항의기 위해 베를린 거리에서 시위하는 모습.

베를린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다. 2010년대 들어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몰리며 매년 평균 인구 4만명이 불어나고 있다. 폭발적 인구 유입에 임대료도 덩달아 급등했다. 베를린투자은행(IBB)에 따르면, 2008년 1㎡당 4.83유로였던 임대료는 지난해 10.45유로로 배 이상 올랐다.

상황이 악화하자 베를린시(市)는 두 차례에 걸쳐 임대료와 관련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2015년 기준점의 10% 이상 임대료를 못 올리도록 했다. 그래도 월세가 계속 치솟자 올해는 극약 처방을 했다. 집주인이 앞으로 5년 동안 월세를 못 올리도록 주택 임대료를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시 의회를 통과한 법은 지난 2월 시행됐다. 임대료 상한선을 정했다는 뜻에서 ‘임대료덮개(Mietendeckel)법’으로도 불린다.

한국도 최근 부동산 임대료를 통제하는 법을 잇따라 도입 중이다. 임대료 통제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한국보다 앞서 임대료 통제를 했던 베를린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약간의 효과, 그리고 극심한 부작용.' 2015년과 2020년, 임대료 통제를 단행한 베를린에서 생긴 일을 현지인들의 입을 통해 해부했다.

◇2015년 통제 그 후: 월세가 오히려 더 오르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독일 베를린에 거주한 회사원 강모(44)씨는 베를린의 아파트 임대료에 대해 묻자 한숨을 쉬었다. 그가 처음 이주했을 때만 해도 베를린은 뮌헨, 함부르크 같은 다른 독일 대도시에 비해 월세가 저렴한 곳이었다. 월 1000유로(약 140만원)에 방 두 개짜리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나 세상이 변했다. 이젠 비슷한 크기 집을 구하려면 1700~1800유로는 내야 한단다. “지금 베를린 임대차 시장은 이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베를린 붐(boom)’이죠.” 유학생 김모씨는 “2015년 임대료 통제 후 세입자 처지는 더 나빠졌다”고 했다.

베를린은 전체 180만여 가구 중 147만 가구(83%)가 임대주택에 살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한다. 이런 상황에 2010년대 임대료가 폭등하자 베를린시는 2015년 지역별 표준 임대료를 설정해 이보다 10% 이상 월세를 못 올리도록 규제를 더욱 조였다. 표준 임대료는 집의 위치와 건축 연도, 소음 수준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 책정했다. 하지만 임대료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새로 짓거나 개·보수를 한 주택에 대해선 임대료 통제 예외를 뒀는데, 집주인들은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해 집을 약간 손보고 나서도 월세를 대폭 올렸다.

2017년부터 베를린에서 유학 중인 김모(31)씨의 이야기다.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구하면, 그간 못 올렸던 임대료를 한꺼번에 왕창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새로 집을 구하는 한인 유학생들끼리 만나면 월세 걱정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지나친 규제로 주택 공급은 줄었다. 임대주택을 새로 지으려는 사업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 업체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2010~2018년 베를린 인구는 36만명 늘었지만 이 기간 신규 주택 공급은 약 8만6000채에 그쳤다.

 

◇2020년 임대료 완전 동결 후: 새집은 더 줄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베를린은 아예 임대료를 못 올리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올해 2월 시작된 임대료 동결이라는 베를린시의 ‘극약 처방’은 일단은 가격을 억누르는 효과는 거두고 있는 듯 보인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임모벨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베를린 임대료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0% 내려갔다.

하지만 그뿐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임대료 동결이란 ‘가격 통제’ 정책이 상당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했다. 당장 임대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있다. 요헨 모베트 도이체방크 연구원은 Mint 인터뷰에서 “가격 규제로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민간 임대사업자, 건설 업체 등이 타격을 입고 결과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9년 6월 약 2000건이었던 베를린 내 건축 허가 건수가 같은 해 11월 1180건으로 줄었다. 시 정부가 임대료 동결 법안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신규 주택 투자가 끊긴 탓이다.

최근 베를린에서는 방 한 칸짜리 임대주택 한 채를 보기 위해 1749명이 운집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중개업체는 확성기로 현장을 안내했고 예비 세입자 20~30명이 한 조가 되어 집을 둘러봤다. 중개를 담당한 롤프 함스씨는 Mint와 통화에서 “40년 넘게 베를린에서 임대 중개업을 했지만 요즘처럼 매물이 부족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모베트 도이체방크 연구원은 “임대료 동결은 폭발하는 임차인들의 민심을 잡기 위해 베를린시가 내놓은 정치적 산물”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사유재산을 극히 제한한 이번 조치에 독일 연방 정부 등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건 상태다.

일부 집주인은 임대료 동결에 ‘버티기’로 대응하고 있다. 임대 계약 기한이 따로 없는 베를린에선 자칫 낮은 임대료에 계약했다가 장기적으로 임대 수익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1년간 독일 유학·부동산 컨설팅업을 해 온 허영미 유로센터 대표는 “임대료 동결 조치가 해지(혹은 폐기)될 때까지 차라리 매물을 공실(空室)로 두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고 했다.

대출 상환 압박을 느낀 일부 집주인은 최근 싼값에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집들은 ‘임대료 동결’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던 세입자들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었던 도이체보넨 등 대형 임대사업자들이 매입하고 있다. 독일판 ‘줍줍’ 현상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페카 사그너 쾰른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베를린 주택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누른 임대료는 결국 다시 오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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