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유전자 일부분에 에이즈 바이러스(HIV)와 같은 부분이 존재하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결과임을 시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31일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알카이브(bioRxiv)’에는 ‘Uncanny similarity of unique inserts in the 2019-nCoV spike protein to HIV-1 gp120 and Gag’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시됐다. 이 논문을 작성한 인도 연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에이즈 바이러스와 일치하는 염기서열 4개를 발견했다면서, 이는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이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과학 논문에서는 흔히 쓰이지 않는 ‘기묘한(uncanny)’라는 용어를 논문 제목에 사용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 과정에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뉘앙스였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 대부분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SARS-CoV)와 비슷했지만 spike 단백질 영역에서 독특한 염기서열 4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후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도 같은 염기서열이 존재하는지를 파악하기 미국 NCBI 진뱅크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에이즈 바이러스의 HIV-1 gp120과 Gag 도메인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이 독특한 염기서열을 3D 모델링해 보면 수용체 결합 부위를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이런 일이 “자연적으로 우연히 발생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 "신뢰하기 어려운 논문…인위적인 바이러스 가능성도 무리한 가설" 비판적
이 논문은 바이오아카이브 사이트에 오른 직후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불안감과 놀라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국 우한 인근의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기존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높였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이 논문을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 논문이 실린 ‘바이오알카이브’는 정식 학술지가 아니라 동료리뷰(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 논문 초고를 연구자가 올려놓으면 동료들이 의견을 표시할 수 있는 곳인데, 해당 논문 업로드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논문을 검토한 국내의 전문가들도 대체로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한 바이러스 전문가 A씨는 너무 짧은 시퀀스만 분석한 점과 에이즈 바이러스와 단순 비교한 점은 신뢰성을 낮추는 부분이라며, 연구진이 주장하는 특이한 염기서열이 에이즈 바이러스가 아니라 다른 종의 유전자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내과 전문의 B씨도 “임상에서 에이즈 치료제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인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 논문을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면서 “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적어도 아직은 무리한 가설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C씨는 해당 논문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해프닝에 가깝다’면서 “유전자 분석 기술 발달과 데이터 처리 속도의 증가로 인해 다양한 관련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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