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야권 내부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당무감사’, ‘당혁신’, ‘무소속 4인방 복당’ 등으로 당이 뒤숭숭하다. 또 기본소득 도입 등 좌클릭 행보에 대한 불만도 내재돼 있다. 이런 변화는 김 위원장의 원맨쇼에 가깝다. 더구나 여당의 실책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뿐 국민의힘에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왔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대했던 ‘대선주자’ 발굴은커녕 당분간 당밖 인물이 당에 들어오거나 당내에서 지도자급 인사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몇몇 초선의원들에게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 선거 출마를 권유하면서 ‘김종인-중진의원’ 갈등을 통해 ‘초선의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당권 강화 행보만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강정책 개정안 초안에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방안이 무산되면서 김종인-주호영, 김종인-중진 의원들의 파열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른 초재선 의원 내부 기류도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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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조용하지만 내부에선 아주 살벌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행보에 대한 국민의힘 한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비판의 요지는 김 위원장의 독단적인 행보다.
주호영 등 중진의원, 김종인 행보 ‘제동’
그 중심에는 ‘나를 따르라’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보수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기본소득 도입, 재정 역할 확대, 재난지원금 찬성, 약자와의 동행 등 좌클릭 행보를 해오고 있다. 내부 논의도 없고 어떤 진통도 없었다. 당 노선의 변화를 총의를 모아 천명한 것도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당 지도부가 무엇을 하는지 언론을 통해 접할 때가 많다”며 당 지도부와의 교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한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비대위는 어쨌든 한시적 기간에라도 당의 지도부다. 당의 대표이기 때문에 당 전체를 안고, 끌고 가야 한다. 그런데 100일 동안 보면 약간 태스크포스 같은 느낌의 비대위, 별동대 같은 느낌”이라며 “당의 주력인 현역 의원들의 집합체, 의원총회하고 별개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역대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들은 본인이 원외라고 해도, 현역 의원이 아니더라도 의원총회에 꼭 참석했다. 거기에서 주요 당무가 토의되고, 결정되기 때문에. 김 비대위원장님은 의총에 거의 안 나오시고 나오시더라도 인사말씀만 하시고 퇴장하신다”며 “비대위원이 당의 최고위원인데 비대위원들은 누가 계신지, 무슨 일을 하는지 부각이 전혀 안 된다. 존재감이 전혀 안 나타나는 그런 체제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둘러싼 불만이 확산된 분기점은 ‘정강정책’ 개정안이다. 지난 1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기본소득 정책을 담은 정강정책 개정안 가운데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방안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의결되지 못했다.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방안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중진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비대위 소속 김현아 전 의원과 격론을 벌이며 반대했다. 개혁안에 힘을 보탰던 주 원내대표 등이 이같은 행보로 인해 김 위원장의 행보에 제동을 건 셈이다.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은 복당 문제로 옮겨붙었다. 무소속 4인방(홍준표·김태호·윤상현·권성동)을 복당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이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그리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문제를 특별한 이유 없이 미루는 것은 공당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며 “역량이 검증된 지도자급 국회의원들의 복당을 막는 것은 당을 비대위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속 좁은 리더십으로 당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그는 또 “최소한 복당을 이미 신청한 분에 대한 심사마저 머뭇거릴 명분은 없다”며 “부적격이면 그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무소속 4인 중 권 의원은 당선 직후 복당 신청서를 냈다. 다른 세 의원은 복당 의사는 있으나, 일단 당 지도부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당 중진의원들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내년 4월 보궐 이후에도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킹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김 위원장이 차기 대선 주자 발굴 등의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 선거에서 승리를 발판삼아 ‘임기 연장’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2021년 4월 임기가 끝나지만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다시 전당대회를 열기에는 물리적으로 힘들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중진의원실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역할은 내년 4월까지다. 이후 전당대회를 치르면 된다”며 김 위원장 임기연장에 반대했다.
103명 중 58명초선 우군화, ‘당장악’ 통해 임기연장?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당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그가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에 도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임기연장→대선 출마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차원에서 중진 힘빼기를 통해 당의 변화 쇄신 이미지를 강화하고, 당내 입지가 약한 김 위원장이 초선을 우군으로 삼아 당내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의원 103명 중 초선의원 수는 58명에 이른다.
그래서일까. 여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당내 몇몇 초선 의원들에게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권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부산시장 출마를 권유받은 것으로 전해진 초선의 박수영 의원은 “많은 지인이 전화를 주셨는데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수영 의원이 김 위원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등 일부 초선의원들이 김 위원장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박 의원은 무소속 4인방 복당에 대해 “복당하신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저희가 103석밖에 안 된다. 네 분이 들어오셔 봐야 107석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 의총을 열어서 의원님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전체적인 뜻을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초선 모임 ‘초심만리’ 회원들이 중진의원들의 반대로 막힌 국회의원 4연임 금지를 법안으로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이 이를 방증한다. 더구나 초선의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3선의 한 의원은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도 초선이 강하게 반발해 여당의 상임위 독식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배후에 김종인 위원장이 있지 않았겠나”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의원은 “(초선이) 보궐선거에 나서는 것이 맞느냐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의원은 “3선부터 맡는 상임위원장 자리도 하나 없는 상황에서 이것저것 모두 ‘중진은 안 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나”고 했다.
이로 인해 당내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진의원들을 기점으로 ‘김종인 임기연장 반대,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위원장은 임기연장을 통해 당내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 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내 세가 약한 김 위원장이 전대를 통해 임기연장하기는 힘들다. 당장 보수의 핵심지지층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비토론이 여전하다”면서 “김 위원장의 우군들은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해 비대위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아,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놓고 당내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뉴시스
임기 연장 놓고 당내 갈등 표면화될 듯
다만 김 위원장이 임기 연장 등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내 중진의원들의 반발은 물론 초선의원들 가운데서도 김 위원장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에 대해 논쟁도 없다. ‘중도 포용’ 운운하며 좌파 흉내를 내고 있다. 초선의원들이 말을 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지금 물밑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현재 비대위는 ‘주인 없는 정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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